이 사이트에 대한 생각

BEGIN PGP SIGNED MESSAGE
Hash: SHA256

첫 글을 쓴 것은 어제이지만, 사이트 ‘버전 1’을 배포한 후에도 수정은 계속하고 있다. 가장 크게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을 꼽으라면, 바로 PGP 서명 부분일 거다. 서명 검증은 쉽게 유지하면서도 최대한 마크다운 문법을 자유롭게 쓰고 싶어서 말이다. 여러 방식을 시도하고 있고, 아마 여러분이 보고 있는 사이트의 모습도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과는 많이 달라지겠지만, 일단 지금 상태로 봐서는 꽤 그럴듯해 보인다고 생각한다.

누가 물을지도 모르겠다. 왜 귀찮게 서명까지 하고 그러냐고.
사실 매우 타당한 말이다. 내 사이트에 내가 올리는 글인데, 과연 명의 도용의 위험이라는 게 있기나 할까. 더욱이 PGP라는 낡아빠진 기술을 사용해야 할 필요라도 있을까. 그래도 나중에 SNS라도 하게 되거나(당분간은 전혀 계획이 없다.) 해서, 여기 글을 쓰는 나와 다른 어딘가의 내가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밝히려면 이 방법을 쓰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런 일을 할 거면 차라리 내가 쓰는 마크다운 파일들을 git에 커밋할 때 서명해서, 저장소를 통째로 공개하는 게 내 입장에서는 편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테고 (과연 깃허브 커밋 옆 녹색 화살표가 있는지를 따지는 사람이 나 말고 있을지 모르겠다) 또 내 신원에 대해서 아무 문제가 생기지도 않을 거다. 하지만 재미없다. 그래서 안된다는 거다.

디자인 얘기를 좀 해보자. 사이트를 만들면서 내가 무엇을 신경 썼는지를.

첫째로 따진 건 멋이다. 글 맨 위에, 모노스페이스 폰트로 딱 나타나는 ‘BEGIN PGP SIGNED MESSAGE’. CSS 트릭을 잘 써서, 복사되는 텍스트는 유지하면서 마치 hr 위에 쓴 듯 본문 레이아웃과 깔끔하게 떨어지게 만들었다. 상당히 느낌 있는 디자인이라 생각한다.

다음으로는 우아함이다. 역시 웹에 쓸 만한 세리프체는 본명조뿐이다. 나눔고딕은 진부하고, KoPub 서체는 책 느낌이 난다는 점은 좋으나 어딘가 화면으로 보기는 불편하다. 책을 인쇄한다면 모르겠으나, 이런 사이트를 위해 유료 폰트를 쓰기도 별로일 때, 이런 괜찮은 무료 한글 서체가 있다는 점은 매우 고마울 따름이다.

셋째 고려사항은 속도다. 빠른 로딩을 위해 CSS 프레임워크는 쓰지 않고, 딱 필요한 만큼의 스타일링만 집어넣었다. Layout shift가 없는 정적 디자인, 그리고 파이썬으로 강력한 font subsetting 기능을 구현해 리소스 크기를 줄였다. 최대한 JS 사용은 피하려 했으나, PGP 관련 문제로 인해 빌드 시의 마크다운 파싱을 끄게 되면서, JS를 써서라도 약간의 파싱 기능을 집어넣는 정도로 타협을 보았다.

확실히 너무 신나 있는 말투다. 아무튼 만들어둔 사이트에 대한 자랑은 이 정도면 된 것 같으니, 다음부터는 좀 블로그다운 글을 써보도록 하겠다.

BEGIN PGP SIG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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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 PGP SIGNA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