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물질주의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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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삶에 의미를 주는가?”

몇 년 전, 미국의 퓨 리서치 센터의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세간이 떠들썩해진 일이 있었다. 한국을 포함한 17개 선진국에서 시민들에게 삶에 가장 큰 의미를 주는 것은 무엇인지 물어보았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물질적 풍요’가 1위로 꼽힌 것이었다. ‘가족’을 1위로 꼽은 다른 선진국 시민들의 답변과 선명히 대조되면서, 우리 사회가 인정과 연대의 가치가 메마른 곳이 되어버렸다는 반성이 이어졌다.

정말 그런 것도 같았다. 명품 가방을 사러 꼭두새벽부터 매장 앞에서 ‘오픈런’을 하며 기다리는 사람, 영혼까지 끌어모아 외제차를 샀다가 ‘카푸어족’이 되어 할부금에 시달리며 근근히 살아가는 젊은이, 언론은 우리 사회의 이런 모습들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췄고, 또 내 주변에서도 이런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비싼 한정판 운동화를 신지 못한다는 이유로 주눅이 드는 친구, 부모님이 비싼 아이폰을 사주지 않는다고 늘상 투덜거리는 어린아이. 당시 뉴스에서 설문 결과를 보고는, ‘그럼 그렇지…’ 하는 생각과 함께 한국 사회에 대한 한탄이 제일 먼저 올라왔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 이런 기억이 떠오르는 건, 최근의 부동산 가격 상승과 연일 질주하는 코스피가 양성해낸 ‘벼락거지’들이 (물론 나를 포함한다) 본인의 어려운 재정 상태를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1인당 명품 소비액 세계 1위, 집 없으면 결혼도 못 하는 사회. 어느 때보다 물질적인 사회라고들 한다. 이 속에서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는 비교와 좌절의 연속일 뿐이다. 누구는 주식으로 얼마를 벌었다더라, 또 누구는 코인으로 얼마 벌었다더라. 그간 연이율 2.55%의 정기예금을 착실하게 들어서 5만 원을 손에 쥐게 된 나는, 누가 들으면 한심하게 생각할 거라며 속으로 부끄러워한다.

하지만 이쯤에서, 다시 원래의 설문조사 결과를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질적 풍요’란 무엇일까.

연구자들은 응답자들에게 여러 선택지를 주고 고르라고 한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무엇이 삶에 의미를 주나요?”라는 주관식 질문을 던지고 그 답변을 기록했다. 그런 다음 각각의 응답을 미리 설정해 둔 카테고리에 따라 분류한 것이었다. 그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뭐라고 대답했을까.

“잘 먹고 잘 사는 거요.”

그렇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말한 물질적 풍요는, 그저 잘 먹고 잘 사는 것. 이런 표현을 연구자들은 ‘물질적 풍요’라는 이름 아래에 묶은 것이었다. 어쩌면 잘못은 우리가 ‘물질적 풍요’를 과시 소비나 복권 당첨 같은 극단적인 개념으로만 생각한 것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저 큰 부족함 없이, 하고 싶은 걸 할 여유가 있는 삶. 무엇인가에 쫓기지 않는, 불안이 없는 삶. 한국 사람들이 바라는 삶은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진정한 삶의 행복은 비교로부터 나오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른다.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삶은 남들보다 더 많이 갖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가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삶, 그리고 그 나머지 부분은 내 바람대로 채워갈 수 있는 삶이다. 그러니 ‘그때 주식을 살걸’ 하며 후회할 시간에, 나에게 주어진 것들에 더 집중하는 삶을 살아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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